목회자 칼럼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2025-10-31 10:57:05
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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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빨리 회복하시라고 음식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주치의가 절대 먹으면 바로 병원으로 돌아오셔야 한다는 음식들이었습니다. 혈압을 높이는 고칼로리 음식이었습니다. 많이 먹고 싶었고 먹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가슴뼈를 전기톱으로 잘라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2년 동안 뼈가 붙고 가슴에 봉합한 부분들이 회복되기 전까지 말 못할 사정들이 있었는데 삼계탕 앞에 무너지고 싶었고 튀김들이 아직도 기억나고 있습니다.

엄마가 없는 아이에게 오늘 너희 집에 가도 되겠느냐고 했는데 다음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교회학교 선생님은 알지 못했기에 오해했습니다. 말 못할 사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었겠습니까? 소문을 듣고 이미 오해했어 상처가 된 상태의 사람들을 보면서 모든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도 공동체에 상처가 되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정죄해야 하기에 그냥 넘어가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인격적인 사람들은 이런 말 못할 사정을 이해해 주시면서 편들어 주실 때 참 감사합니다.

인도의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는 타고르는 1913년 동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인도의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그는 집의 모든 일을 하인에게 맡기고 글과 관련한 작업에만 몰두했습니다. 하인이 하루라도 없으면 큰 불편함을 겪었기 때문에 타고르는 하인에게 매우 엄격하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출근 시간이 돼서도 하인이 집에 오질 않았습니다. 이에 몹시 화가 난 타고르는 그 하인을 당장 해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 출근한 하인은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 뒤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르는 그 모습을 보고 더 부아가 치밀어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그 하인이 빗자루를 급히 들고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저녁 제 딸아이가 죽어서, 급하게 장례를 치르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이라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타고르는 그동안 성실했던 하인에게 이유도 묻지 않고 화를 낸 것에 크게 후회하며 사람이 자신의 입장만 생각했을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만 되면 10가지 평가 이상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개혁의 당사자가 개혁하겠다고 눈을 들보로 가리고 바늘을 들고 눈에 있는 티를 빼주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일까 기도되어 집니다. 말 못한 사정은 왜 이렇게 늘어만 가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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